헬스장 사물함 앞에서 제일 자주 보는 통이 BCAA입니다. 운동 중에 물통에 타서 마시는 그것이죠. 그런데 이 보충제는 지난 10년 사이 근거가 가장 많이 깎인 제품이기도 합니다.
BCAA가 뭘 하겠다고 나온 건지부터
단백질은 아미노산 20종으로 이뤄져 있고, 그중 9종은 몸이 못 만들어서 먹어야 합니다. 이걸 필수아미노산(EAA)이라고 부릅니다.
BCAA는 그 9종 중 세 종입니다. 류신, 이소류신, 발린. 곁사슬이 가지처럼 갈라져 있어서 분지사슬(branched-chain)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셋만 따로 파는 이유는 류신 때문입니다. 류신은 근단백질 합성 스위치(mTOR 경로)를 켜는 방아쇠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류신만 넣어주면 근육이 만들어지지 않을까"가 초기 발상이었어요.
문제는 스위치를 켜도 재료가 없다는 것
여기가 핵심입니다. 근육을 만드는 건 조립 공정이고, 류신은 시작 버튼입니다. 버튼을 눌러도 부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근육 단백질을 만들려면 아미노산 9종이 전부 필요합니다. BCAA는 그중 셋만 줍니다. 나머지 여섯이 없으면 몸은 자기 조직을 헐어서 채우거나, 합성을 일찍 멈춥니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이 그림이 나옵니다. BCAA만 주면 합성 신호는 올라가는데 실제 합성률은 완전한 단백질을 줬을 때보다 낮습니다. 신호와 결과가 갈라지는 거죠.
그럼 EAA는 다를까
EAA 보충제는 9종을 다 넣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질문이 바뀝니다. "효과가 있나"가 아니라 "유청단백질보다 나은가"입니다.
유청 25g에는 EAA가 약 11~12g 들어 있고 류신은 2.5~3g입니다. 류신 역치를 넘기기에 충분한 양이죠. 가격은 EAA 보충제보다 훨씬 쌉니다. 게다가 유청에는 EAA 말고도 몸이 쓰는 나머지 아미노산이 다 들어 있습니다.
저라면 EAA 대신 유청을 삽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같은 일을 더 싸게 하고, 빠진 부분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BCAA가 쓸모 있는 경우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입니다. 몇 가지 상황은 있습니다.
- 완전 공복 훈련: 아침에 아무것도 안 먹고 무거운 걸 드는 경우, 혈중 아미노산이 바닥입니다. 이때는 뭐라도 넣는 게 낫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EAA나 유청이 더 나은 선택입니다.
- 식사와 식사 사이가 6시간 넘게 벌어질 때: 마찬가지로 보충제 자체보다 끼니를 챙기는 쪽이 먼저입니다.
- 맛 때문에 물을 더 마시게 될 때: 농담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 이유로 쓰는 사람이 많고, 수분 섭취가 늘면 그건 그것대로 도움이 됩니다.
운동 «중»에 마시는 건 의미가 있을까
BCAA가 인트라 워크아웃 제품으로 팔리는 건 흡수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5분이면 혈중 농도가 오릅니다.
그런데 운동 전 1~2시간 안에 단백질이 든 식사를 했다면, 그 식사의 아미노산은 훨씬 오래 혈중에 남아 있습니다. 유청은 두세 시간, 고기나 계란처럼 소화가 느린 음식은 네댓 시간까지 갑니다. 운동하는 한 시간 동안 혈중이 비어 있을 일이 별로 없다는 뜻이죠.
즉 인트라 워크아웃이라는 자리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이미 채워져 있습니다. 비어 있는 경우는 앞에서 말한 완전 공복 훈련 정도입니다.
저는 운동 중에 굳이 뭘 마시지 않습니다. 물만 충분히 마시고, 끝나고 밥을 먹습니다. 그게 더 간단하고 싸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보는 기준선
하루 단백질을 체중 1kg당 1.6~2.2g 먹고 있다면 BCAA가 채워줄 빈자리가 사실상 없습니다.
70kg인 사람 기준으로 하루 112~154g입니다. 끼니마다 30~40g씩 서너 번이면 닿는 양이에요. 이 정도를 먹는 사람에게 BCAA 10g은 이미 넘치는 통에 물을 더 붓는 격입니다.
반대로 하루 단백질이 체중 1kg당 1g도 안 되는 상태라면, BCAA를 사기 전에 그 돈으로 닭가슴살이나 계란을 사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근육통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BCAA가 근육통(DOMS)을 줄인다는 연구가 몇 개 있습니다. 효과 크기는 작고, 결과도 엇갈립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저도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줄어든다는 보고와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둘 다 있고, 대부분 표본이 작습니다. 다만 근육통이 줄어드는 것과 근육이 더 자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씁니다
- 단백질을 충분히 먹고 있다 → 안 사도 됩니다.
- 공복 훈련을 자주 한다 → EAA나 유청을 소량. BCAA는 굳이.
- 단백질이 부족하다 → 보충제보다 식사부터.
보충제 순위를 굳이 매기자면 크레아틴이 1번이고, 단백질 파우더가 2번이고, BCAA는 한참 뒤입니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순서대로 사시면 됩니다.
핵심 요약
- BCAA는 필수아미노산 9종 중 세 종뿐입니다. 합성 스위치는 켜지만 재료가 모자랍니다.
- 그래서 신호는 올라가는데 실제 합성률은 완전한 단백질보다 낮게 나옵니다.
- EAA는 9종을 다 넣지만, 유청 25g이 같은 일을 더 싸게 합니다. 저라면 유청을 삽니다.
- 하루 단백질이 체중 1kg당 1.6~2.2g이면 BCAA가 채울 빈자리가 없습니다.
- 근육통 감소 효과는 근거가 엇갈리고, 근육통이 줄어드는 것과 근육이 자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