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아틴은 헬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오해받는 보충제입니다. "물 차는 거 아니냐", "간에 안 좋다던데", "로딩 안 하면 소용없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셋 중 두 개는 사실이 아니고, 하나는 절반만 맞습니다.
크레아틴이 왜 듣는지부터 알면 나머지 질문이 저절로 정리됩니다.
3초짜리 연료탱크를 키우는 일
우리 몸이 근육을 수축시킬 때 직접 쓰는 에너지는 ATP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근육에 저장된 ATP는 2~3초면 바닥납니다. 벤치프레스 한 세트가 30초라면, 나머지 27초는 어디선가 ATP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빠른 보충 경로가 크레아틴입니다. 정확히는 근육에 저장된 포스포크레아틴이 인산기 하나를 떼어 ADP에 붙여주면 곧바로 ATP가 됩니다. 산소도, 복잡한 대사 과정도 필요 없어서 거의 즉시 일어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근육의 포스포크레아틴 저장량은 평소 최대치의 60~80% 정도만 차 있습니다. 크레아틴을 꾸준히 먹으면 이 탱크가 거의 가득 찹니다. 늘어나는 양은 대략 20~40%입니다.
탱크가 커지면 뭐가 달라질까요. 한 세트에서 한두 개를 더 하게 됩니다. 세트 사이 회복도 조금 빨라집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시시하게 들리지만, 8주·12주가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프로그램을 돌려도 총 볼륨이 몇 퍼센트 더 쌓이고, 그 차이가 근육량과 최대근력에서 측정 가능한 격차로 나타납니다.
크레아틴은 근육을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근육을 만들 일을 더 하게 해줍니다.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로딩, 해야 할까
전통적인 방법은 하루 20g을 4번에 나눠 5~7일 먹고, 그다음 하루 3~5g 유지입니다. 이게 로딩입니다.
로딩 없이 처음부터 하루 5g만 먹어도 됩니다. 다만 근육이 포화되는 데 3~4주가 걸립니다.
| 방식 | 포화 시점 | 초기 부담 | |---|---|---| | 로딩(20g × 5~7일) | 약 1주 | 속 불편감 확률 높음 | | 유지만(5g/일) | 3~4주 | 거의 없음 |
최종 도달점은 같습니다. 3주 뒤에 재보면 두 그룹의 근육 내 크레아틴 농도가 사실상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하면 됩니다. 대회나 시즌처럼 날짜가 박혀 있으면 로딩이 의미가 있습니다. 그냥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로딩은 불필요합니다. 3주 더 기다리는 대신 속 편하게 시작하는 쪽이 낫습니다.
로딩의 흔한 부작용이 복부 팽만과 설사인데, 원인은 대개 한 번에 너무 많이 넣어서입니다. 굳이 로딩을 한다면 5g씩 네 번으로 쪼개고, 식사와 함께 드세요.
"물 찬다"는 말의 진실
절반은 맞습니다. 다만 어디에 차는지가 완전히 다릅니다.
크레아틴은 삼투압으로 물을 끌어당기는데, 그 물이 가는 곳은 근육세포 안쪽입니다. 피부밑(피하)이 아닙니다. 얼굴이 붓거나 몸의 윤곽이 흐려지는 그 부기와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시작 후 1~2주에 체중이 1~2kg 늘어납니다. 이건 지방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수 근육도 아닙니다. 근육세포 안의 수분입니다.
그리고 이 수분은 그냥 무게가 아닙니다. 세포가 부풀면 그 자체가 동화 신호로 작동한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세포 부피 증가가 단백질 합성을 자극한다는 쪽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메커니즘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건 물이 근육 안쪽으로 간다는 것까지입니다.
체중계 숫자에 민감한 분이라면 시작 첫 주에 놀라지 마세요. 그 1~2kg은 지방이 아닙니다.
언제, 무엇을, 얼마나
타이밍은 거의 상관없습니다. 크레아틴은 카페인처럼 먹고 30분 뒤에 듣는 물질이 아닙니다. 근육에 채워두는 개념이라, 오늘 어느 시간에 먹었는지보다 매일 빠짐없이 먹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운동 후가 아주 조금 낫다는 연구가 있지만 차이는 작습니다. 기억하기 쉬운 시간에 고정하는 게 실질적으로 가장 좋은 전략입니다.
종류는 크레아틴 모노하이드레이트면 충분합니다. HCl, 버퍼드, 에틸에스터 같은 변형 제품들이 "흡수가 더 잘 된다"고 광고하지만, 모노하이드레이트보다 나은 결과를 일관되게 보여준 것은 없습니다. 가격은 몇 배 비쌉니다.
용량은 하루 3~5g입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분은 5g 쪽, 적게 나가면 3g으로도 유지됩니다.
쉬는 날에도 먹습니다. 저장량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라 운동 여부와 무관합니다. 사이클링(몇 주 먹고 몇 주 쉬기)도 필요 없습니다. 쉬면 4~6주에 걸쳐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 뿐입니다.
흔한 오해 세 가지
"간·신장에 안 좋다" — 건강한 성인 대상 장기 복용 연구에서 신장·간 손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혈액검사의 크레아티닌 수치는 올라갑니다. 이건 손상 지표가 아니라 크레아틴 대사산물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건강검진 전이라면 복용 사실을 알리시면 됩니다. 신장 질환이 있으신 분은 의사와 상의하세요.
"탈모가 온다" — 2009년 럭비 선수 대상 소규모 연구 하나에서 DHT 상승이 관찰된 게 출처입니다. 탈모 자체를 측정한 연구가 아니고, 이후 재현되지도 않았습니다. 현재로선 근거가 약합니다.
"모두에게 듣는다" — 이게 오히려 덜 알려진 사실인데, 응답하지 않는 사람이 20~30% 있습니다. 원래 근육 내 크레아틴 농도가 높은 경우입니다. 육류를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그렇습니다. 반대로 채식 위주 식단이면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4~6주를 제대로 먹었는데 아무 변화가 없다면, 몸에 안 맞는 게 아니라 이미 차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심 요약
- 크레아틴은 근육의 3초짜리 에너지 탱크를 20~40% 키운다. 세트당 한두 개를 더 하게 해주는 것이지, 근육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 로딩은 선택이다. 하루 5g만 꾸준히 먹어도 3~4주면 같은 지점에 도달한다. 날짜가 박힌 목표가 없다면 굳이 할 이유가 없다
- 초기 체중 1~2kg 증가는 근육세포 안쪽 수분이다. 피하 부종이 아니다
- 모노하이드레이트, 하루 3~5g, 쉬는 날 포함 매일. 타이밍보다 꾸준함이 훨씬 중요하다
- 20~30%는 응답하지 않는다. 육류 섭취가 많아 이미 포화된 경우다 — 실패가 아니라 출발점이 달랐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