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트를 평소보다 조금 더 무겁게, 혹은 오랜만에 다른 각도로 했더니 다음날 계단을 내려가기가 무서워진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운동 후 12~24시간 사이에 시작해 24~72시간 사이에 정점을 찍는 이 뻐근한 통증을 운동생리학에서는 지연성 근육통(Delayed Onset Muscle Soreness, DOMS)이라 부른다. 오랫동안 "젖산이 근육에 쌓여서"라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젖산은 운동을 마친 뒤 대략 1시간 이내에 혈액으로 대부분 제거된다. 하루 뒤에 찾아오는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미세손상과 염증 반응 — 통증이 만들어지는 과정
DOMS의 핵심 원인은 근육을 늘리면서 힘을 내는 신장성(이센트릭) 수축이다. 스쿼트에서 앉는 구간, 벤치프레스에서 바를 내리는 구간처럼 근육이 길어지면서 저항을 버티는 순간, 근섬유 내부의 수축 단위인 근절(sarcomere) 일부가 과도하게 늘어나며 미세한 구조적 손상을 입는다. 실제로 신장성 수축은 같은 무게를 들 때 단축성(콘센트릭) 수축보다 약 20~30% 더 큰 장력을 근섬유에 걸 수 있어서, 손상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이 미세손상 자체는 위험한 부상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인 적응 과정의 일부다. 손상된 부위에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물질이 모여들고, 이 물질들이 주변 신경 말단을 예민하게 만든다. 그 결과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압력이나 스트레칭(계단 내려가기, 의자에 앉기)에도 통증 신호가 증폭되어 느껴지는 것이다. 즉 DOMS는 손상 그 자체의 통증이라기보다, 손상 이후 벌어지는 염증-회복 과정에서 신경이 일시적으로 민감해진 결과에 가깝다.
"근육통 = 좋은 운동"이라는 오해
헬스장에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근육통이 있어야 운동을 제대로 한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DOMS는 특정 자극에 익숙하지 않을 때 특히 크게 나타난다. 오랜만에 운동을 재개했거나, 평소 안 하던 각도·가동범위·신장성 구간을 새로 도입했을 때 통증이 유독 심한 이유다. 반대로 같은 운동을 몇 주간 반복하면 근육통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데, 이를 반복 훈련 효과(repeated bout effect)라 부른다. 신경근 조절 능력이 향상되고, 근절이 직렬로 추가되어 늘어난 길이에도 손상이 덜 발생하도록 구조적으로 적응하며, 결합조직이 더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반복 훈련 효과가 나타난 뒤에도 근성장과 근력 향상은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즉 몇 주 뒤 근육통이 예전만큼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운동 효과가 사라진 게 아니다. 오히려 몸이 그 자극에 효율적으로 적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근육통의 강도를 성장의 지표로 삼는 습관은 버리는 편이 좋다.
회복을 앞당기는 현실적인 방법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도, 회복 속도를 높이고 불편감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 가벼운 활동(액티브 리커버리): 걷기, 가벼운 유산소, 낮은 강도의 같은 부위 운동은 혈류를 늘려 염증 매개물질과 대사 부산물의 순환을 돕는다. 완전 휴식보다 가벼운 움직임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 단백질과 총 칼로리: 손상된 근섬유의 재건에는 충분한 단백질이 필요하다. 체중 1kg당 1.6~2.2g을 하루 3~4회로 나눠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권장 범위다. 극단적인 칼로리 부족 상태에서는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 수면: 성장호르몬 분비와 조직 복구가 활발히 일어나는 시간이 수면 중이다. 7시간 미만의 수면이 반복되면 회복이 눈에 띄게 늦어진다는 보고가 많다.
- 점진적 도입: 새로운 운동이나 신장성 구간을 늘릴 때는 강도·볼륨을 한 번에 크게 올리지 말고 1~2주에 걸쳐 서서히 늘리는 편이 과도한 DOMS를 피하는 데 유리하다.
- 소염진통제(NSAIDs)와 냉찜질의 딜레마: 통증이 심할 때 진통제나 얼음찜질을 자주 쓰고 싶은 유혹이 있지만, 운동 직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염증 반응 자체를 억제해 근육이 적응 신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일부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할 때만 제한적으로 쓰는 편이 합리적이다.
통증과 부상을 구별하는 법
DOMS와 실제 부상을 구별하는 감각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DOMS는 보통 양쪽 근육에 고르게 나타나고, 뻐근하고 둔한 느낌이며, 움직이거나 눌렀을 때 심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반면 특정 관절이나 한 지점에 국한된 날카로운 통증, 부기나 멍, 관절의 불안정감, 72시간이 지나도 오히려 악화되는 통증은 근육통이 아니라 부상의 신호일 수 있다. 이럴 땐 운동을 쉬고 필요하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맞다.
핵심 요약
- DOMS는 젖산 축적이 아니라 신장성 수축으로 인한 근절 미세손상과 그에 따른 염증 반응이 원인이다.
- 통증은 손상 부위 자체가 아니라 염증 매개물질이 신경 말단을 예민하게 만든 결과에 가깝다.
- 같은 자극을 반복하면 반복 훈련 효과로 통증이 줄지만, 근성장·근력 향상은 계속된다 — 통증을 성장 지표로 삼지 말 것.
- 가벼운 활동, 충분한 단백질(1.6~2.2g/kg), 7시간 이상 수면, 점진적 볼륨 증가가 회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 한쪽에 국한된 날카로운 통증이나 72시간 넘게 악화되는 통증은 DOMS가 아닌 부상 신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