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프로그램을 받으면 이런 표를 자주 봅니다. "스쿼트 4세트 × 8회, 1RM의 75%." 숫자가 딱 떨어져서 믿음이 갑니다. 그런데 같은 프로그램을 두 사람이 돌리면 한 명은 8개를 여유 있게 끝내고, 다른 한 명은 6개에서 무너집니다. 둘 다 1RM을 제대로 쟀는데도 그렇습니다.
여기서 어긋난 건 그 사람들이 아니라 %1RM이라는 처방 방식 자체입니다.
70%는 몇 개짜리 무게인가
교과서에는 대체로 이런 대응표가 실려 있습니다.
| 부하 | 예상 반복 | |---|---| | 100% | 1회 | | 90% | 3~4회 | | 80% | 8회 | | 70% | 12회 | | 60% | 20회 |
이 표는 평균입니다. 문제는 개인차가 평균 주위에 좁게 모여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1RM으로 최대 반복을 시켜 보면, 70% 부하에서 어떤 사람은 8~9회에서 멈추고 어떤 사람은 20회를 넘깁니다.
8회와 20회는 완전히 다른 훈련입니다. 하나는 근력 쪽 자극이고 하나는 근지구력 쪽입니다. 같은 표를 보고 같은 숫자를 넣었는데 도착지가 갈립니다.
왜 이렇게 벌어지나
① 근섬유 구성
속근(2형) 비율이 높은 사람은 큰 힘을 짧게 냅니다. 1RM은 높은데 그 70%로 여러 번 반복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반대로 지근(1형) 비율이 높으면 1RM은 낮아도 70%를 오래 끌고 갑니다. 같은 비율의 무게가 두 사람에게 다른 난이도로 도착합니다.
② 종목의 성격
흩어짐의 폭은 종목마다 다릅니다. 레그프레스·레그익스텐션 같은 하체 기계 운동은 70%에서 20회를 넘기는 일이 흔합니다. 반면 벤치프레스는 같은 70%에서 10~12회 근처에 몰립니다. 동원되는 근육이 크고 혈류가 잘 통하는 부위일수록 반복이 길게 나옵니다.
"70% = 12회" 한 줄을 전 종목에 그대로 쓰면 하체는 너무 쉽고 상체는 너무 어려워집니다. 프로그램이 잘못됐다기보다, 한 장짜리 표로 다른 종목을 덮으려 한 것이 문제입니다.
③ 측정 자체의 흔들림
초보자는 1RM 측정이 불안정합니다. 최대 무게를 다루는 기술이 아직 없어서, 오늘의 1RM이 실력이 아니라 그날의 담력을 반영합니다. 그 값의 75%를 계산하면 오차가 그대로 따라 들어갑니다.
추정식은 어디서 어긋나나
1RM을 직접 재는 게 부담스러우니 보통 추정식을 씁니다. "80kg으로 8회 들었으니 1RM은 100kg 정도"처럼 역산하는 방식입니다.
널리 쓰이는 식들은 5회 이하 구간에서는 꽤 잘 맞습니다. 문제는 반복수가 늘어날수록 오차가 커진다는 점입니다. 12회 든 무게로 역산하면 실제 1RM과 10% 넘게 벌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100kg 스쿼트에서 10%면 10kg입니다. 그리고 10kg은 8회 세트와 5회 세트를 가르는 차이입니다. 처방된 숫자를 그대로 믿고 8회를 채우려다 마지막 세트에서 허리가 말리는 자리가 정확히 여기입니다.
추정식은 그날의 상태도 모릅니다. 네 시간을 잤든, 전날 하체를 했든, 같은 무게를 넣으면 같은 답을 냅니다.
그래서 어떻게 짜야 하나 — 내 표를 만든다
%1RM을 버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남의 표 대신 내 표를 쓰라는 얘기입니다. 4주면 만들어집니다.
1단계 — 종목별로 한 번씩 끝까지 가 봅니다. 주력 종목(스쿼트·벤치프레스·데드리프트·풀업 등)에서 편한 무게로 최대 반복 세트를 딱 한 번 해 봅니다. 예를 들어 벤치 60kg으로 14회.
2단계 — 예상과 실제를 비교합니다. 그 60kg이 내 1RM의 몇 %인지 계산하고, 표가 말하는 반복수와 나란히 놓습니다. 2회 이상 차이가 나면 그 표는 나에게 안 맞습니다.
3단계 — 종목마다 따로 적어 둡니다. 하체와 상체를 한 표로 묶지 않습니다. "나는 스쿼트 70%에서 16회, 벤치 70%에서 10회" — 이 두 줄이 앞으로의 기준입니다.
4단계 — 6~8주마다 다시 잽니다. 근력이 늘면 이 관계도 조금씩 움직입니다. 특히 초보 구간에서는 빠르게 바뀝니다.
실전에서는 세트를 끝낼 때마다 "몇 개 더 할 수 있었나"를 한 칸 적어 두는 것만으로 표가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8회 처방인데 네 개를 더 할 수 있었다면 무게가 가벼운 것이고, 7회에서 멈췄다면 무거운 것입니다. 그 한 칸이 몇 주 쌓이면 어떤 계산식보다 정확한 내 데이터가 됩니다.
흔한 오해 셋
"1RM을 정확히 재면 해결된다." 아닙니다. 1RM이 완벽해도 %와 반복수의 관계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정확한 100%에서 출발해도 내 70%가 몇 개인지는 여전히 모릅니다.
"더 정확한 추정식이 있을 것이다." 식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것도 10회 이상 구간을 잘 맞히지 못합니다. 원인이 식이 아니라 개인차에 있기 때문입니다.
"%를 낮추면 안전하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부하가 낮아질수록 반복수 편차가 커집니다. 90%에서는 대부분 3~4회로 모이지만, 60%에서는 15회와 30회로 갈립니다. 가벼운 무게일수록 처방된 숫자와 실제 노력의 거리가 멉니다.
핵심 요약
- %1RM 대응표는 평균입니다. 같은 70%에서 개인의 최대 반복은 8회부터 20회 이상까지 벌어집니다.
- 갈리는 이유는 근섬유 구성, 종목의 성격, 측정 자체의 흔들림 세 가지입니다.
- 1RM 추정식은 5회 이하에서 쓸 만하고, 10회를 넘어가면 오차가 10%대로 커집니다.
- 남의 표 대신 내 표를 만드세요. 종목별로 한 번씩 끝까지 가 보고, 6~8주마다 다시 잽니다.
- 매 세트 "몇 개 더 가능했나"를 적어 두면 표가 저절로 갱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