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75kg인 사람이 하루 120g의 단백질을 먹었습니다. 아침은 커피만, 점심은 김밥 한 줄, 그리고 저녁에 닭가슴살 300g에 프로틴 두 스쿱. 총량으로는 완벽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같은 120g을 세 번에 나눠 먹는 사람보다 근육이 덜 자랍니다.
왜 그럴까요. 총량이 같은데 결과가 다른 이유는, 근육이 단백질을 하루 단위가 아니라 한 끼 단위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근육은 '스위치'로 작동합니다, 저금통이 아니라
우리 몸은 단백질을 저금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지 않습니다. 지방은 지방세포에, 탄수화물은 글리코겐으로 저장되지만 단백질에는 저장 창고가 없습니다. 남은 아미노산은 대부분 에너지로 태워지거나 요소로 바뀌어 소변으로 나갑니다.
대신 근육에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근단백질 합성(MPS, muscle protein synthesis)이라고 부르는 반응인데, 식사 후 혈중 아미노산이 일정 농도를 넘어서면 켜집니다. 켜진 스위치는 대략 2~3시간 동안 활발하게 작동하다가, 아미노산이 계속 들어와도 스스로 꺼집니다. 이걸 '근육 충만 효과(muscle full effect)'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핵심이 나옵니다. 스위치가 켜지느냐 마느냐는 그 끼니에 들어온 단백질 양이 결정하고, 얼마나 오래 켜져 있느냐는 양을 늘려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저녁 한 끼에 100g을 몰아 넣어도 스위치는 한 번, 2~3시간만 켜집니다. 나머지 70g 남짓은 태워집니다.
류신 역치 — 스위치를 켜는 열쇠
모든 아미노산이 동등하게 이 스위치를 건드리는 건 아닙니다. 류신(leucine)이라는 필수 아미노산 하나가 사실상 방아쇠 역할을 합니다.
류신은 세포 안에서 mTOR라는 신호 경로를 자극하고, mTOR가 켜지면 리보솜이 실제로 근육 단백질을 조립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단백질 섭취를 '양'이 아니라 '이 끼니에 류신이 몇 그램 들어왔나'로 보는 관점이 생겼습니다.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숫자가 한 끼당 류신 2.5~3g 정도입니다. 이 선을 넘겨야 합성 스위치가 확실히 켜집니다. 그 아래에서는 아미노산이 들어와도 반응이 어정쩡합니다.
류신 2.5~3g을 실제 음식으로 환산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 유청 단백질(웨이) 25g → 류신 약 2.7g
- 닭가슴살 130~150g → 류신 약 2.5~2.8g
- 달걀 4~5개 → 류신 약 2.2~2.7g
- 두부 350g 정도 → 류신 약 2.4g
- 렌틸콩 조리 후 400g 이상 → 류신 약 2.5g
눈에 띄는 게 있죠. 식물성 단백질은 같은 류신을 채우려면 훨씬 많이 먹어야 합니다. 콩·곡물류는 단백질 자체의 류신 비율이 낮고 소화흡수율도 동물성보다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식물성 위주로 드신다면 한 끼 단백질 목표를 1.3~1.5배 정도 높게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한 끼에 몇 그램인가
류신 역치를 실용적인 단백질 그램 수로 바꾸면, 대체로 한 끼 0.4g/체중kg이 기준선으로 통합니다. 70kg이면 한 끼 약 28g, 85kg이면 약 34g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자극에 근육이 둔감해지는 '동화 저항(anabolic resistance)'이 생기기 때문에, 40대 이후라면 한 끼 0.5g/kg 가까이로 올려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스위치는 2~3시간 켜졌다가 꺼지고, 다시 켜지려면 얼마간의 간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하루 3~4번, 3~5시간 간격이 가장 흔히 권장되는 배치입니다.
70kg인 사람의 현실적인 하루를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 아침(7시): 달걀 3개 + 그릭요거트 → 단백질 약 30g
- 점심(12시): 닭가슴살 150g 들어간 덮밥 → 약 38g
- 간식/운동 후(17시): 웨이 1스쿱 + 우유 → 약 30g
- 저녁(20시): 생선 또는 살코기 150g + 두부 → 약 35g
총 133g. 총량도 채우고 스위치도 네 번 켰습니다. 앞의 예시와 총량은 비슷한데 자극 횟수가 네 배입니다.
흔한 오해 세 가지
"운동 직후 30분 안에 안 먹으면 소용없다" 이 '아나볼릭 윈도우'는 과장된 개념입니다. 운동 후 근육의 단백질 민감도는 24시간 이상 높아져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 식사가 5~6시간 전이었다면 운동 후 한두 시간 안에 먹는 게 유리합니다. 초 단위로 쫓길 일은 아닙니다.
"한 번에 30g 넘게 먹으면 나머지는 버려진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30g은 '스위치를 켜는 데 충분한 양'이지 '흡수 한계'가 아닙니다. 40g, 50g도 몸은 흡수합니다. 다만 추가분이 근합성으로 이어지는 효율이 뚝 떨어질 뿐입니다. 한 끼에 많이 먹었다고 손해는 아니고, 그저 이득이 작습니다.
"자기 전 단백질은 지방이 된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전 40g 내외의 소화가 느린 단백질(카제인, 코티지치즈 등)은 밤새 아미노산 농도를 유지해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여러 번 나왔습니다. 밤은 단백질 공백이 가장 긴 구간이라 채워둘 값어치가 있습니다.
그럼 총량은 의미가 없나요
아닙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1순위는 여전히 총량입니다. 근육을 늘리려는 사람 기준 하루 체중 1kg당 1.6~2.2g이면 충분합니다. 이 범위 위로 더 먹어도 추가 이득은 거의 없습니다. 2순위가 분배입니다. 총량이 이미 충분한 사람에게 분배를 고치면 눈에 띄는 차이가 납니다. 반대로 하루 60g밖에 안 먹는 사람이 그 60g을 네 번에 나눠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먼저 총량을 채우고, 그다음에 나누세요.
감량 중이라면 분배의 중요도가 한 단계 더 올라갑니다. 칼로리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몸이 근육을 분해해 쓰려 하기 때문에, 하루 동안 합성 스위치를 자주 켜두는 것이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핵심 요약
- 근육은 단백질을 저장하지 않습니다. 한 끼 단위로 켜지는 스위치로 반응합니다.
- 스위치를 켜는 열쇠는 류신 2.5~3g, 실용적으로는 한 끼 체중 1kg당 0.4g(40대 이후 0.5g)입니다.
- 스위치는 2~3시간 켜졌다 꺼집니다. 하루 3~4번, 3~5시간 간격이 무난합니다.
- 식물성 위주라면 같은 류신을 채우기 위해 1.3~1.5배 더 잡으세요.
- 순서는 총량(1.6~2.2g/kg)이 먼저, 분배가 그다음입니다. 총량이 모자란 상태에서 나누기만 해봐야 소용없습니다.